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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에게 한 걸음 더, 대만의 디지털 시도들

IRO2021.08.11 11:39

어느덧 코로나 상황이 2년째입니다. 소셜섹터나 비영리 단체 등, 이른바 사회문제를 다루는 분야에서도 화상회의를 통한 비대면 소통이 눈에 띄게 늘었죠.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상담이나 교육 프로그램,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캠페인 등 다양한 영역의 사업이 비대면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이렇게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비대면 소통. 어쩌면 사업이나 정책 진행에 필요한 절차로 계속 자리매김할 지 모릅니다. 

 

만나지 않고도 사회를 더 나아지도록 하는 일은 가능할까요? 만약 가능하다면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이런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로 비대면 소통을 활발히 해온 대만의 사례를 살펴봅니다. 


문제해결의 방식 ‘디지털’

 

시민 개발자들이 만든 정부예산 시각화 서비스 (출처: http://budget.g0v.tw/budget)

 

중국과의 무역협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청년들이 국회를 점거한 대만의 ‘해바라기 학생운동'. 국회 점거상황을 온라인에서 실시간 공유한 경험 이후, 대만에서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중 하나로 디지털이 주목받기 시작합니다. 디지털이 정보 공개를 통한 정치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복잡한 정치적 사안을 파악할 도구가 된 것이죠. 시민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진행된 정부예산 시각화는 이런 디지털의 성격을 잘 드러내주는 프로젝트입니다. 정부의 예산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세금의 세부적인 항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 화면에서 시각화해 보여줍니다.

 

대만 시민사회의 디지털 역량이 강화되면서, 이후 정부가 주도하는 사회문제 해결에서도 디지털이 적극 활용됩니다. 그중 ‘외딴섬을 위한 원격의료(零時差隊)’ 는 정부에서 진행하는 총통배 해커톤(hacking + marathon. 프로그래밍 분야에서 개발자와 기획자, 디자이너 등이 회의를 거쳐 서비스를 기획하는 과정) 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정책으로 이어진 사례입니다. 외딴 섬에서 의료 서비스가 필요할 때 지역의 간호사와 환자 가족, 의사가 연결돼 치료방식을 정하게 되죠. 시민들이 사회문제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해커톤에서 수상한 아이디어는 이후  정책 반영으로 이어집니다. 

 

시민 개발자와 정부의 협력으로 만든 마스크 지도 애플리케이션도 크게 주목받았습니다. 마스크 판매점이나 위치, 수량이나 영업시간 등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했고, 재고상황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함으로써 코로나 확진자나 사망자 수의 증가율을 줄이는 데 역할을 했지요. 

 

 

디지털을 활용하는 주체들 

 

綠色公民行動聯盟(녹색공민연행동대)프로젝트 웹 사이트 (출처: https://thaubing.gcaa.org.tw/)

 

다양한 디지털 기술이 사회문제 해결에 활용된 데에는 민간에서 활동하는 시민 개발자들의 힘이 컸습니다. 이들은 시빅해커라고도 불리며 도시의 사회문제를 기술로 개선합니다. 이들의 커뮤니티로 국회의원 정치자금 사이트나 정부예산 시각화 사이트를 만들었던 g0v(거브제로), 환경분야에서는 친환경 제품 제작에 대한 데이터 공개를 요구한 綠色公民行動聯盟(녹색공민행동연대)가 활발히 활동 중입니다. 녹색공민행동연대는 친환경임을 내세우는 기업제품 관련 공공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실제로는 해당 제품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음을 밝혀냈는데요.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이 환경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구매하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스캔앤바이(掃了再買)'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사회변화를 꿈꾸는 대만 내부 커뮤니티의 일원들은 문제 해결에 필요한 공공 데이터를 요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특정 정치사안이나 환경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왔습니다.

 

시민 개발자들이 다양한 기술적 시도를 한다면, 이 기술들이 빛을 발하게 만드는 건 그 서비스 제작에 힘을 보태는 일반 시민들입니다. 이들은 시빅헤커들이 만든 서비스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의견을 내기도 하고, 때로는 정부의 데이터를 직접 수집함으로써 서비스를 제작해달라고 시빅해커에게 요청하기도 하지요. 여기에 정부가 시민과 기술을 연결할 수 있는 다양한 창구를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기술과 시민사이의 거리가 좁혀지고 시민의 의견이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정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돕게 되지요. 

 

이 과정에서 대만정부는 세 가지 가치를 강조합니다. 빠르고 공정하고 재미있게(Fast· Fair·Fun). 문제가 생기면 전문가들과 빠르게 협업하고, 그 과정에서의 소통은 공정하게 진행되며,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메시지를 재미있는 메시지와 방식으로 전하는 것. 이를 통해 대만에서의 다양한 디지털 시도들은 대만 사회에서 보다 폭넓고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시민참여를 유도하는 정부 플랫폼

 

대만에는 시민 참여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온라인 플랫폼이 여럿 있습니다. 먼저 vTaiwan은 정부부처와 학자, 비즈니스 전문가 및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하는 온라인 프로젝트 공간입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해커톤이 열리고, 그 해커톤에서 논의된 아이디어가 정부부처의 정책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Joi 페이지 출처: (https://join.gov.tw/)

 

Joi와 비슷한 사례는 한국에도 있습니다. 정부가 운영하는 국민청원이나 민주주의 서울의 시민제안 혹은 참여예산 제도가 있지요. Joi에서는 논의하고 싶은 사안을 안건으로 올리고, 그 안건이 일정 수 이상의 지지를 얻으면 정식 논의될 내용으로 채택되는데요. 한국에서와 다른 점은 채택된 안건은 반드시 대만 디지털부가 주최하는 회의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여기에는 안건을 제안했던 일반 시민은 물론, 정부부처 관계자에서부터 관련분야의 사업가나 시민사회 단체활동가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합니다. 이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토론을 벌이고, 거기서 도출된 합의점이 이후 정책개선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실제로 2019년 당시 고등학생 한 명이 Joi를 통해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자는 의견을 냈는데요. 이 제안이 받아들여져 법안으로 만들어진 사례도 있습니다. 

 

정책 구상의 과정에서 최대한 많은 이의 목소리를 들을 것. 이런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정부 서비스 Pol.is는 일종의 인공지능 플랫폼입니다. 미국 시애틀의 스타트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정부 차원에서 이용하는 것인데요. 이해관계자 회의에 참석할 수 없는 일반 시민들의 의견까지 정부 차원에서 폭넓게 살피기 위한 시도입니다. 정부 정책이나 여러 산업이슈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살펴보도록 했는데요. 사람들이 사이트에 주제에 대한 의견을 덧댈 수록 이 의견을 학습하고 고도화되도록 하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적용돼 있습니다.   

 


대만의 여러 사례를 살펴봤는데 어떠셨나요? 대만의 이런 시도가 낫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한국에서도 시빅해커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된 예가 있어요. 바로 코로나 동선 확인을 위한 전화번호 대신 기입할 수 있는 안심번호를 고안한 것이죠. 개인정보 노출 등의 문제를 우려해 시민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기술로 구현해 정부 차원에서 실행했다고 해요. 사람들의 삶에 한 걸음 더 들어가는 디지털, 사회문제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시도들에 주목해보시면 어떨까요? 기술로 사회문제에 접근하는 시도가 그리 먼 곳에만 있지는 않을지 모르니까요.


 

글 : 이상미 

발행 : 이로 (대표 우에마에 마유코) 
 

 

참고자료 

 

해당 콘텐츠는 일본어버전도 발행하고 있습니다. (일본어 버전 읽어보기) 

#대만 #디지털사회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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