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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안 짓는데 농부라구요?

IRO2021.09.24 13:59

농업은 기본적으로 맛있는 음식이 되어줄 농산물을 생산하는 일이지만, 기후 위기에 직면한 지금은 더욱 큰 역할과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농업이 지속되는 것만으로도 생태계의 보존, 지구온난화의 절감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농업이라는 단어가 획일적인 이미지로만 여겨지는 것은 아닌지 질문을 던져볼 필요도 있다. 드넓은 땅과 햇살 아래 땀 흘리며 일하는 농부 외에도 농업에는 여러 가지 역할과 플레이어가 필요하다. 다양한 모습의 ‘농업 플레이어'가 많아질 때 농업의 지속 가능성도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질 것이다.

 


[팟캐스트] 농사 안 짓는 농부들 - 언더-그 라운드

[사진출어 : 농사 안 짓는 농부들 페이스북] 

 

2010년대 초반부터 한국에서는 기존의 유통망 바깥에서 대안적인 방식으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농업유통 혁신의 흐름이 생겨났다. 그 흐름을 주도하던 사회혁신가 4명, <농부의 시장>을 운영하던 천재박(현 곡물집 대표), <농사 펀드>를 운영하는 박종범 대표, <공씨 아저씨네>를 운영하는 공성진 대표, <둘러앉은 밥상>을 운영하는 한민성 대표가 팀을 꾸려 농사와 그 밖의 농사 이야기를 전하는 팟캐스트 <농사 안 짓는 농부들- 언더그라운드>를 만들었다. 

 

팟캐스트에는 대대로 구전으로만 전해져 내려오는 문화유산격의 음식문화를 ‘입말 음식'으로 기록하여 콘텐츠화하는 활동, 농산물 패키지 디자이너, 한국의 가장 활성화된 파머스마켓이 된 마르쉐의 기획자, 다양한 전공을 농업에 접목시켜 새로운 시도를 해나가는 청년 농부 등이 출연해 농업에 관련된 다양한 관점을 깊은 이야기로 전한다.

 

[팟빵] 농사 안 짓는 농부들의 언더-그 라운드

 

 

못생겨서 버려진다고? 농산물을 구출하는 채소박스 어글리어스 

[사진출처 : 어글리어스 홈페이지] 

 

백화점 식품매장의 과일/채소 코너의 매대를 보고 있으면 그 싱그러움에 기분까지 좋아진다. 하지만 한번 수확할 때 백화점 매장까지 갈 수 있는 품질의 농산물은 전체의 몇 %나 될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음식물 쓰레기의 65%는 생산, 수확, 가공, 유통과정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채소 정기구독 서비스 <어글리어스>에서는 크기가 조금 제각각이거나, 상처를 입어 흠집이 생기거나, 색이 기준에 안 맞을 수는 있어도 건강한 방식으로 키워진 농산물들이 구조되어 소비자의 집으로 배송된다. 어글리어스의 채소 박스에는 농산물이 어느 지역의 어떤 농부에 의해 생산되었으며, 어떤 이유로 판로를 잃었는지, 어떤 요리를 해먹으면 좋을지 적인 안내가 함께 들어있다. 버려지는 농산물은 그 자체로 엄청난 탄소를 배출하고,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어글리어스의 채소 박스는 대량생산의 모순을 해결하려는 시도인 만큼, 대량생산되는 아주 익숙한 채소들, 언제나 집에 필요한 기본 야채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도 유용하다. 막상 박스를 받아보면 예상보다 멀쩡한 모양의 채소들이 온다는 것도 놀랍고 안타까운 사실! 

 

[홈페이지] 어글리어스

 

 

곡물도 커피처럼 취향따라, 곡물경험 브랜드 <곡물집> 

[사진출처 : 어콜렉티브그레인 곡물집 페이스북] 


다양한 품종의 농산물을 재배하고, 종자를 대물림 하는 것이 생태계뿐만 아니라, 농업 주권 등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굳이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일은 농부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농부가 다품종 생산에 힘을 내기 위해선 소비자의 인식과 취향이 세분화되고, 농부의 다품종 생산을 지지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충남 공주에 위치한 <곡물 집>은 곡물 편집숍으로 어 컬렉티브 그레인이 운영한다. 디자이너 출신인 이 회사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품종의 햇곡물들을 새로운 패키지로 제안하고 곡물 잼, 밥, 미숫가루 등을 통해 새로운 시계 경험을 선사한다. 곡물 집에 들어서면 누구나 각양각색의 곡물을 확인하고 소분된 패키지를 구입할 수 있으며, 원하는 곡물을 선택하여 음료로 사 마실 수 있다. 들어간 곡물의 비중에 따라 달라지는 음료의 맛으로, 각 곡물이 가진 개성과 맛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에서 스페셜티 원두 시장이 형성된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쌀, 콩, 수수, 다양한 곡물들이 적어도 커피처럼 취향을 보여줄 수 있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생산되고 유통되는 곡물의 품종도 늘어날 것이다. 

 

[인스타그램] 어콜렉티브그레인-곡물집


 

농촌의 미래를 위해선, 농촌에 맞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팜프라> 

[이미지 출처 : 팜프라 홈페이지] 

 

도시에서의 삶은 100점짜리가 아니고, 농촌에선 사람이 없어 큰일이라고 한다. 새로운 길을 개척해보겠다고 앞다투어 농촌에 내려간 청년들도 있고, 지자체에서도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청년을 유치하는 데 혈안을 올린다. 하지만 매칭 성공률은 그리 높지 않다. 유튜브에는 귀농 실패담이 가득하다. 그렇다고 여기서 그만둬야 할까?

 

팜프라는 청년들이 농촌에 내려와 정주하며 스스로의 삶을 꾸려갈 수 있도록 판타지 촌 라이프를 실현할 인프라를 만드는 그룹이다.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한다는 것을 제1의 원칙으로 기술, 지식, 사람을 연결한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기술과 프로그램을 활용한 콘텐츠들도 있지만 더 정확하게는 다양한 형태의 농촌 정착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고, 제도화하는 과정을 연구 중이다. 그뿐만 아니라 정착의 전 과정에서 ‘석유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며 지속 가능한 농촌을 끝없이 이야기한다. 스스로 농촌에 정착하기까지 12년이 걸려 다음 번 동료는 그 시간을 줄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된 팜프라의 유지황 대표는 2019년~2020년 아쇼카 한국 팰로우로 선정되었다. 

 

[홈페이지] 팜프라

 

 

꿀벌에 달려있는 인류의 미래, 꿀벌을 지킨다 <어반 비즈>

[사진출처 : 어반비즈 페이스북] 

 

도시인들은 식물을 키우는 것만 농사로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동물이나 곤충을 키우는 축산업도 농사에 속하고, 그 역할도 중요하다. 육각형 모양의 집을 짓고, 동료들과 의사소통하며 협업할 줄 알고, 길을 기가 막히게 찾는 생물로 알려진 꿀벌. 그런데 꿀벌이 멸종하면 4년 안에 인류도 멸망한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잘 알려져 있을까? 지구 생태계에서 꿀벌은 식물이 번식하고 생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인간이 먹는 식물과 동물은 모두 식물로부터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식물의 생존이 위태로워진다면 인간과 동물도 위험해진다.

 

어반비즈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도시 양봉을 진행한다. 시민들이 취미생활로 양봉을 할 수 있도록 돕거나 교육을 진행하고, 꿀벌 구조대를 운영해 생활공간 안에 벌집을 지어 위험해졌을 경우 출동해 벌집도 수거한다. 특정 지역의 양봉장에서 만들어진 꿀에 지역의 이름을 붙인 로컬 꿀도 판매하는데, 이렇게 수확된 꿀은 대량생산되는 꿀과 달리 벌을 죽이거나 해치지 않고 얻는다는 점에서 이롭다. 더불어 양봉장이 설치된 주변 지역의 식물 생태계가 풍요로워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평소에 벌을 무서워하던 사람도 어반비즈의 SNS를 꾸준히 구독하다 보면 벌이 귀엽다는 것을 알게 될 것!
 

[홈페이지] 어반비즈 

[함께읽기] 르몽드, 도시에 벌이 더 많아지면 더 달콤한 세상이 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손으로 셀 수 없는 다양한 분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 다양한 분야는 수백 가지의 업종과 직무로 구성되어 있다. 수백 가지의 업종과 직무를 하나하나 따져보면 그 안엔 또 수천수만 가지의 문제의식과 과제가 있고, 그 하나하나가 수억 개 사회혁신의 가능성으로 존재한다. 인류가 만든 모든 분야에서 지금까지 발전해 온 것과 다른 방식으로 지속성을 만들어가야 하는 시점에 우리가 서있기 때문이다. ‘농업 분야의 사회혁신'이라는 말에서 그동안 우리는 어떤 구체적인 상상을 끄집어낼 수 있었을까? ‘농업 유통', ‘농산물 판매,' ‘농촌 개선'이라는 말에서 우리는 또 어떤 구체적인 상상을 끄집어내서 실현할 수 있을까? 그다음은 무엇이 될까?

 

인류는 신석기를 들고 처음 ‘농경'을 시작한 후 약 3만 년의 시간 동안 지금의 사회를 만들었다. 이 성과들, 차원이 다른 자원과 기술을 가지고 앞으로의 시간 동안 우리가 만들 변화는 신석기를 들고 만든 변화와 차원이 달라야 할 것이다. 그리고 3만 년간 만들어온 이 사회를 모두 포괄하는 범주에서 혁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 맨 앞줄에 농업이 있고, 그 맨 앞줄에 농업 분야의 요소요소마다 혁신을 고민하는 플레이어들이 더 많이 생겨나야 할 이유다.  

 


 

글쓴이 : 정소민. 공공문화기획자. 시민 개개인이 추구하고 만들어가는 공공성을 믿습니다. 개인 프로젝트형 시민참여활동에 관한 연구를 했습니다.

 

발행 ㅣ이로 ( 대표 우에마에 마유코) 

후원 ㅣ서울특별시 청년청 ‘2021년 청년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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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한국 #사회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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