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시아 소셜임팩트 트립 #일본편4] 사탕수수 빨대로 만드는 도시의 순환구조 4Nature
IRO2021.10.15 11:54
플라스틱 쓰레기가 심각한 환경문제로 부상하고 이제는 종이나 잔디, 대나무 등으로 만들어진 친환경 빨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일본에서도 편의점 등에서 친환경 빨대를 속속 도입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2015년에 공개된 바다거북이 코에 걸린 빨대 조각을 꺼내는 동영상은 4천만 회 가까이 재생되며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플라스틱 쓰레기 중 빨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0.1% 정도로 미미하지만, 이 영상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후 여러기업들이 친환경 빨대의 개발과 판매에 발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8년부터 사탕수수 빨대를 판매하는 4Nature가 있다. 하지만 이 기업은 빨대를 판매만 하지 않는다. 사용한 빨대를 다시 회수해 퇴비로 만든다. 퇴비를 통해 도시의 순환과 도농상생 모델을 고민한다. 히라마 료타(平間 亮太) 대표의 생각을 따라가면서 빨대에 대한 시각을 넓혀보자.

[ 4Nature의 사탕수수 빨대. 4Nature 제공]
Step 1. 사탕수수 빨대를 팔자
창업 전에 히라마 대표는 신탁은행에서 근무하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그가 일하던 신탁은행의 메인 캐릭터가 피터 래빗이었는데,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는 그림책으로 번 돈을 영국의 호수와 자연을 지키는 데 사용했고 사후에도 이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신탁기금을 설립했다. 여기에 적잖이 감명받은 히라마 대표는 입행을 결심했다. 하지만 기업은 그가 생각했던 것과 사뭇 달랐다. 최우선시되는 것은 환경이나 사람, 가치가 아니라 돈과 주주의 이익.
이때 떠올린 것이 대학 시절 참여했던 바다 인명구조 활동이었다. 인명구조 활동에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쓰레기를 줍는 일도 포함되었는데, 이를 계기로 주위에 있는 쓰레기에 조금씩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것.
당시는 일본에서 해양 쓰레기 문제가 주목을 모으던 때였다. 또한 플라스틱 빨대의 대안으로 종이 빨대, 스테인리스 빨대 등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히라마 대표의 대만 친구가 사탕수수 빨대를 소개한 것도 이 즈음이었다. 사탕수수 빨대는 아직 개발 단계였지만 생분해될 뿐만 아니라, 내구성이 우수하고 음료 고유의 맛도 해치지 않기 때문에 ‘비즈니스가 될 것 같다’ 직감했다. 4Nature을 설립해 2018년 10월부터 사탕수수 빨대의 유통사업을 전개해오고 있다.

[ 4Nature의 사탕수수 빨대는 대만에서 만들어진다. 4Nature 제공]
Step 2. 팔기만 해서는 안 돼
4Nature 빨대의 가장 큰 특징은 사용한 빨대를 회수한다는 것이다. 사탕수수 빨대는 생분해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장점인데 일반 쓰레기로 소각되면 의미가 반감되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다. 또한 빨대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의 접점을 만들겠다는 취지도 녹아있다.
“보통 쓰레기는 그냥 두면 누군가가 가져가잖아요. 그 과정에서 사람과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전혀 일어나지 않죠. 빨대의 회수라는 수단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의 접점을 만들고 싶었어요.”
2020년엔 빨대 회수 전용 어플 노아(NOAH)를 런칭했다. 어플을 통해 카페는 사용한 사탕수수빨대를 회수할 자원봉사자를 찾을 수 있고, 자원봉사자는 빨대를 회수하는 대신 무료로 커피를 제공받을 수 있다. 실제 이런 과정을 통해 자원봉사자가 해당 카페의 단골이 되는 경우도 많다고.
[빨대 회수 전용 어플 노아. 4Nature 제공]
2021년 9월 현재 약 600여곳의 카페가 4Nature의 사탕수수 빨대를 사용하고 있다. 이중 상당수는 맛과 생산지와의 관계,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스페셜리티 커피’ 인증을 받은 원두를 사용하는 카페이다. 때문에 4Nature의 취지와 방향성에 공감해주는 곳들이 많다.
현재 빨대는 회수는 비용 및 에너지 문제로 도쿄 내 특정 지역으로 한정하고 있지만 점차 범위를 늘려나갈 예정이다.

[ 4Nature의 사탕수수 빨대를 사용하는 도쿄 나카메구로의 onibuscoffee. 4Nature 제공]
Step 3. 빨대를 퇴비로 만들자
회수된 빨대는 최종적으로는 가축 농가에 퇴비 재료로 판매된다. 가축의 분뇨는 법률에 따라 처리해야 하는데, 보통 왕겨나 톱밥을 넣지만 퇴비 후에도 형태가 남아 부피가 증가하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사탕수수 빨대는 효과는 같으면서도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기 때문에 부피가 증가하지 않는다. 또한 분해될 때 열이 높게 나오기 때문에 발효 촉진 효과가 높다는 이점도 있다.
[회수된 빨대는 가축 농가가 퇴비 재료로 사용한다. 4Nature 제공]
또한 작년 9월부터는 가정에서의 퇴비화에도 힘쓰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 등으로 인해 가정에서 빨대를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사탕수수 빨대와 함께 도시형 퇴비 사업을 전개하는 사회적기업 ‘Local Food Cycling’의 퇴비 세트를 판매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음식물 쓰레기는 일반 쓰레기로 분류되어 소각되는데, 이때 수분으로 인한 연소 효율과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가 있다. 음식물을 퇴비화하면 CO2를 줄일 수 있고 양질의 퇴비는 화학 비료의 사용을 줄일 수 있다. 결국, 퇴비는 사탕수수 빨대가 지향하는 환경친화적인 삶과 맞닿아있는 문제이다.
[사탕수수 빨대와 퇴비 세트를 함께 구입할 수 있다. 4Nature 제공]
Step 4. 도시와 농촌이 함께 사는 구조를
올해 5월부터는 ‘아오야마 파머스 마켓’과 ‘농국 후쿠와라이(農国ふくわらい)’라는 기업과 협업해 한 가지 실험을 하고 있다. 가정에서 만든 퇴비를 농가에 제공하고, 퇴비를 사용하여 만든 농작물을 소비자가 구입해 순환구조를 구축하는 식이다.
여기서 강조하는 것은 CSA(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의 구조와 가치이다. CSA는 198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개념으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농산물을 계약구입하는 모델이다. 생산자는 안정적인 수익을 얻고 소량다품종 생산이 가능하고, 소비자는 안전하고 좋은 농산물을 받을 수 있다. 일본에서도 고령농이 증가하면서 이 CSA가 주목받고 있다.
히라마 대표는 여기에 퇴비를 융합했다. 가정에서 퇴비를 만들어도 어딘가에서 요긴하게 쓰이지 않으면 순환고리가 끊어진다. 이 문제를 CSA를 응용해 해결하기로 한 것이다. 올해는 농가 한 곳과 소비자 20명을 매칭 운영했고, 내년엔 이 모델을 더욱 확대해갈 계획이다.
[ 4Nature가 생각하는 순환구조. 4Nature의 허락을 받아 필자가 번역]
덧붙여, 그 거점이 되는 장소가 앞서 말한 ‘아오야마 파머스 마켓’이다. 농부가 농산물을 시장에 가져오는 타이밍에 소비자도 퇴비를 가져오고 장을 보는 식이다. 빨대 회수에서부터 퇴비교환까지, 얼굴이 보이는 관계를 만들고자 하는 히라마 대표의 고집을 엿볼 수 있다.
“도시의 소비 및 생활방식이 환경오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죠. 하지만 그에 따른 피해는 대도시보다는 지방이나 농촌이 더 많이 받는 구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도시 사람들이 필요한 물건을 선결제함으로써 리스크를 나누어 진다는 의미도 있어요. 그런 관계가 구축되면 농촌에 재해가 닥쳤을 때 더 관심을 갖고 걱정한다든지, 때에 따라서는 도와주러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서로 도와주는 친구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히라마 료타 대표. 4Nature 제공]
순환구조를 가능하게 한 생각의 순환고리
이렇듯 사탕수수 빨대는 카페-손님-자원봉사자-농부의 손을 거쳐 비료가 되어, 농산물을 통해 다시 우리네 곁으로 돌아온다. 대만의 사탕수수밭에서 시작한 빨대의 여행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것처럼.
이런 순환구조가 가능했던 이유는 히라마 대표의 생각의 ‘순환고리’ 덕분일 것이다. 플라스틱 사용을 어떻게 줄일지, 다 쓴 빨대는 그대로 버려도 좋을지, 만든 비료는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지, 일련의 사업들이 마을만들기로 이어질 수는 없을지... 꼬리에 꼬리에 문 생각과 고민이 그를 여기로 이끌었다. 물론, 여기가 종착점은 아니다. 카페에서 나오는 커피 찌꺼기 활용, 친환경 커트러리 보급 등 사업 아이디어는 아직 무궁무진하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환경, 도시와 농촌의 커뮤니케이션을 늘려가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4Nature의 사업은 더욱 촘촘한 연결망을 지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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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박소담. 2014년부터 5년 간 서울의 중간지원조직에서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을 지원하는 일을 했다. 현재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발행 : 이로 (대표 : 우에마에 마유코)
사진 및 자료 제공ㅣ4Nature
후원 : 서울특별시 청년청 ‘2021년 청년프로젝트’
아시아 소셜임팩트 트립 #일본편
이 시리즈에서는 아시아 각 도시의 사회혁신사례, 혁신가들의 활동과 그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여전히 해외여행이나 해외연수를 가기가 어려운 지금, "어떤 사회문제가 있고 어떤 활동이 있을까?", "와, 만나보고 싶어! 더 알고 싶어!" 등, 소소한 ‘앎의 계기’와 ‘연결과 교류’의 계기를 만들어가는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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