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시아 사회혁신가 인터뷰_#7] “누군가가 더 좋은 삶으로 가는 다리"가 되는 비지니스 - 사회적기업 오요리아시아
IRO2021.10.29 12:29
전 세계의 고급 레스토랑을 선별해 순위를 매기는 미쉐린 가이드의 ‘별’을 받은 한 레스토랑이 있다. 뿐만 아니라 이 레스토랑은 사회적 기업으로, 기업이 측정하는 사회적성과 지표중 하나인 비콥의 글로벌 상위 5%를 달성했다. 하나도 어려운 타이틀을 두개나 가지고 있는 기업. (주)오요리아시아의 이지혜 대표를 만나보았다.

- 안녕하세요, 대표님! 처음 뵙는 독자들을 위해 간단하게 오요리 아시아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오요리 아시아는 외식업이랑 서비스업을 기반으로 아시아 빈곤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입니다. 지금은 네팔에 있는 카페 미띠니. (미띠니는 시스터후드를 뜻하는 네팔어) 한국에서는 미슐랭 레스토랑 떼레노를 운영하고 있고, 외식업과 관련된 청년 엑셀레이팅 사업, 도시재생 현장의 소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인큐베이팅하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 이주여성 관련 사업들에 오요리아시아가 거의 프론티어적인 역할을 하셨는데요, 어떻게 처음 시작하게 되셨는지, 그리고 사업범위를 아시아로 보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원래는 *하자센터에서 청소년들과 함께 요리 사업을 하고 있었어요. 그때 이주여성 관련 펀드가 생겨 이주여성과 함께 레스토랑을 만드는 제안을 받았죠. 직업훈련의 관점으로 대상을 청소년에서 이주여성으로 확대하는 도전의 시기였습니다. 시작 이후 3-4년이 지나서야 이주여성에게 직업 훈련을 하고, 삶을 자리잡도록 일자리를 만든다는 비전 이전에, “왜 이주여성이 발생하는가?, 왜 이들이 한국에 오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졌어요. 거칠게 이야기하자면, 자국의 빈곤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 이주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벗어나고 싶은 현실이 있는거죠. 그렇다면 그걸 한국에 와서 해결하기 전에, 그 곳의 삶이 나아지는게 더 좋은 방법 아닌가? 그 사회에서 삶의 지속성을 만들어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고 (주)오요리아시아 독립법인을 만들고, 뒤이어 네팔과 태국에 카페와 레스토랑을 열게 됐습니다.
*하자센터 : 1999년 개관. 공식명칭은 서울청소년미래진로센터로 청소년 중심의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https://haja.net/)
[ 오요리아시아는 사업 초기부터 이주여성의 요식업 직업훈련을 통한 경제적 자립을 미션으로 사업을 전개해왔다. 사진 출처 : 서울시 사회적기업 협의회 ]
“한국에 있는 이주여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이전에, 이주여성이 한국에 오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질문을 해야했어요.”
- 그럼 창업을 하신지 13년이 지났네요. 13년간 기업을 경영하시면서 대표님 스스로 크게 느끼는 변화가 있나요?
앞서 이야기한 그런 과정이 모두 변화죠. 요새도 정말 고민이 많아요. “외식업이 정말로 내가 원하는 방향의, 사회에 필요한 임팩트를 제대로 낼 수 있는 방법인가?” 라는 질문에도 계속 답을 찾고 있구요. 코로나 이후로 외식업 상황이 정말 안좋아졌으니까요. 외식업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란게 있잖아요. 매장 하나에서 고용할 수 있는 사람이 4-5명뿐이라면, 제품을 만드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구요. 그러면 우리가 제품을 만드는 걸 고려하는게 필요하지 않을까. 그그러면 임팩트를 더 키우고 확산시킬 수 있을까. 이런 생각과 고민이 계속된 세월이죠.
“오요리를 거쳐간 사람에게 밥집에서 일한 경험과 레스토랑에서 일한 경험, 무엇을 줄 수 있는지 제가 결정해야했던 거죠. 정신이 번뜩 들었어요.”

[오요리아시아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 떼레노의 입구 .출처:직접촬영]
- 오요리아시아는 미슐랭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사회적기업으로도 유명해요. 파인다이닝과 사회적 기업은 낯선 조합처럼 보이기도 하구요. 그런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홍대에서 다문화레스토랑 오요리를 하고 있을 때, 저도 그때 이제 계속 배우는 과정에 있었는데요. 당시에 베트남 이주여성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었는데, 주방이 남성들의 세계잖아요. 조리도구도 다 엄청 무겁고, 크고,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이 분들이 잘 못하는거에요. 그런 문제를 갖고 있을 시기에, 지금 떼레노의 셰프인 신승환 셰프님을 만나게 된거에요. 오요리에 요리를 가르쳐주러 오셨어요.
그때 “어짜피 한번에 2인분 정도 볶는데, 왜 큰 웍에 힘들게 하느냐, 작은 팬으로 바꿔서 하면 된다.” 라는 해결책을 딱 주시는데, 그런 분이 없었어요. 보통은 요리가 아닌 다른 일을 하라는 말을 많이 해주셨죠. 셰프님의 그런 문제해결능력, 관점을 보고 같이 일을 하자고 했는데 처음엔 거절하셨죠. 뭐 저도 돈도 없었고(웃음).
- 그러면 신승환 셰프님의 제안으로 떼레노를 만들게 되신 건가요?
이후 먼저 연락을 주셔서 다시 만나게 됐고, 제가 가지고 있던 미션, 상황 이런 것들을 다 말씀드리고 새로운 사업을 함께 하게 됐죠. 그게 이제 10년이 되었네요. 저도 파인다인닝이 뭔지도 모르고, 한국에도 그런 파인다이닝씬이라는게 정말 없었던 시절이에요. 이제 사업을 해야하니까, 공부도 하고 레스토랑도 가보는데 그때 막 16만원짜리 스테이크를 써는데 “내가 사회적인 일을 하려는 사람인데, 이렇게 비싼 음식을 먹어도 되나, 이런 고급 비지니스를 하는게 나에게 맞나?” 이런 생각이 계속 들었거든요. 그런데 셰프님이 딱 말씀하시는거에요. “언제까지 10,000원짜리 밥 팔아서 이 사람들 월급 줄 생각할거에요?”
- 고민없이 떠올리면 누구에게나 접근 가능한 음식을 판다는 것의 사회적인 의미와, 비지니스적 가치를 창출해서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일이 충돌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또 일의 경험에 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죠. 카페에 취업한다고 해도 스타벅스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면 다른 일반 카페에서 일한 경력과 다르게 보는 지점이 있잖아요. 우리가 이 사람을 영원히 고용할게 아니라, 이 사람의 더 나은 삶으로 향하게 하는 건데. 홍대의 작은 밥집에서 일한 경험을 갖게 해줄건지,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의 경험을 갖게 해줄 건지를 제가 결정해야 하는 거니까요. 그때 완전히 설득 당한거죠. 그렇게 시작한거죠.
[오요리아시아는 함께하는 청년들에게 학교이자 직장이고, 든든한 타이틀이자 돌아갈 곳이 된다. 사진은 떼레노의 풍경. 사진출처: 서울시사회적기업협의회]
“사람을 키운다는 것은 어떤 사람에게 체계적인 학습을 제공하기보다, 그가 배울 여력이 있을 때 항상 찾아올 수 있도록 늘 그 자리에 존재한다는 의미인가 싶어요.”
- 더 좋은 경력을 제공해 다음 스텝을 설계한다는 관점이 너무 환기가 됩니다. 떼레노에서 돈을 벌어 다른 사업에 재투자하는 것인가? 생각했었거든요. 사람과 함께 일한다는 것이 굉장히 힘든일인데 직업훈련의 방식으로 제대로 된 모델을 만들어가는 늘 도전이 될 것 같아요.
그쵸. 배우는 사람들한테도 도전이고, 그들과 함께한다는 것 자체도 도전이죠. 다행히 셰프님이 이런 부분에서 존경할만한 분이고 저의 이런 미션도 존중해주시니까요.
요리업계는 워낙 강도 높은 육체노동으로 이루어졌고, 일의 강도에 비해 임금이나 사회적 인식 등 많은 부분이 인정받지 못한게 있어서 그만두거나 다시 오거나 이런 일이 굉장히 비일비재해요. 한 사람을 묶어놓고 계속 3년을 훈련하고, 뭐 이러지 않아요. 몇 개월 일하다 그만두고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 또 와서 알바하고 이러거든요. 우리의 존재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생각도 해요. 계속 비지니스를 지속하는 것이 특별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뿐만이 아니라, 이렇게 찾아오는 사람들의 어떤 다리가 되는거죠. 준비가 되었을 때 다시 찾아올 수도 있고요.
“우리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내자고, 사업 초기부터 꼼꼼히 트래킹해왔어요. 그렇다면 무엇을 증명할 것인가? 우리의 비지니스로 누군가의 삶의 질이 어떻게 상승하는가. 그게 저희가 만드는 사회적 가치거든요.”
- 요리를 배웠더라도 요리를 계속 하는건 본인의 선택이니까요. 최근엔 비콥 5% 기업이 되셨는데요. 임팩트 측정은 어떻게 하시나요? 어떻게 이렇게 높은 성과를 달성하실 수 있는거에요? 직접 개발하신 임팩트 측정 방식이 있으신가요?
B corp이 제시하는 글로벌 기준은 굉장히 높아요. 기업이 결과물로 만든 변화 뿐만 아니라, 이 조직이 구성원의 역량 강화를 위해 어떤 일을 하는가, 이 회사가 어떤 사회적 가치에 집중된 행위를 하는가를 디테일하게 요구하거든요. 우리 스스로 만들어내는 사회적가치를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증명하자는 내부 목표가 아주 높고, 오래전부터 지켜져와서 가능했던 일 같아요. 처음에는 굉장히 어려웠어요.
유기농 재료 썼냐? 이런 얘기 할 거 아니잖아요. 우리의 임팩트를 이야기 하려면 우리와 일해서 이 사람의 삶이 어떤 차원으로 변화했는지를 알아야해요. 월급이라는게 80만원 받다가, 300만원을 받으면 삶의 질이 달라지는데, 그런게 우리가 만드는 변화니까. 수치적인 before-After는 기본이구요. 이렇게 일하게 된 여성들이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살아가는지. 창업인큐베이팅하는 청년들의 삶의 변화. 폐업률, 사업체 유지에 대한 내용들 이런 것들을 굉장히 꼼꼼하게 체크해요. 국가가 부담해야하는 사회적비용을 얼마나 절감했느냐도 모두 확인하고 있구요. 저희가 만드는 임팩트를 명확하게 계산해서 보여줄 때, 사람들을 이해시키는 일이 쉬워지고 그럼 방법을 찾기도 쉬워지거든요.
[오요리아시아의 2019년 인증 평가 결과. 당시 상위 10%, 2021년 현재 상위 5%를 달성했다. .사진출처:비콥 홈페이지 캡쳐, 이로운넷 재인용]
- 최근에 페이스북에 내부 구성원들과 함께 여성펀드를 만드셨다는 흥미로운 소식을 봤어요. 내부의 새로운 프로젝트 인가요?
내년에 본격적으로 여성펀드를 하나 만들거에요. 아시아 여성들에게 초기투자하는 펀드가 될꺼구요. 지금 내부에서 하는건 시작이고 아이디어를 모아본거에요. 첫 투자처는 네팔의 카페 마띠니 3호점이에요. 내년엔 정말 본격적으로 펀드를 만들 것이고, 알만한 VC도 함께 연결되어 있어요.
“여성 창업가가 시작하기도 또 지속하기도 어려운 창업생태계적인 구조가 있어요. 순환적인 생태계를 만든다는 관점의 여성펀드를 준비중입니다.”
- 여성 창업가에게 투자할 때 성과가 굉장히 높다는 연구결과를 들은적이 있어요.
맞아요. 사업가들을 보면 비지니스를 통해 힘을 만드는 방식의 사업가가 있고, 비지니스의 디테일을 꼼꼼하게 챙기는 사업가가 있어요. 여성창업가의 경우 디테일한 비지니스를 만들고 그 성과를 만들어내는 일을 하는 분들이 조금 더 많은 것 같아요.
일을 하다보면 정말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 안되고, 딱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어요. 저도 그럴 때마다 선배들에게 도움을 받으며 여기까지 성장했고, 저도 생태계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멋진 후배 기업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투자를 하는 경험은 저한테도 너무 당연히 도움이 되고 성장하는 경험이구요. 초기 발굴한 여성들이 힘을 잃지 않도록 하는 시드펀드가 너무 필요하고, 왜냐하면 같은 조건의 창업자라고 하더라도 출발선이 다른, 그런 조건들이 있기 때문에요. 완전 여자만 100% 이런 것은 아니지만, 이런 생태계적 관점을 가지고 펀드를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다양한 사람들과 매일같이 다른 문제 현장을 맞닥트리는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몰라요.”
- 임팩트 부분에서도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성과를 달성하시고, 또 요식업 부분에서도 정말 상징과도 같은 미슐랭 스타를 따시고, 두가지 영역에서 이런 타이틀을 획득하신게 정말 놀라워요.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오요리아시아의 강점 이런건 뭐가 있을까요?
다양성이에요. 오피스에서 일하는 거랑은 완전히 달라요. 다 다른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이 매일 다른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 사무직이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기 때문에 매번 마주하고 해결해야하는 문제들 이런 것들이 그 자체로 오요리아시아의 현실이지만 그게 또 강점이에요. 창의적으로 일해야하고, 왜냐면 배제하는게 아니라 “같이" 일하는 방법을 만들어야하니까. 그게 제일 많이 배운 것 중에 하나에요. 다른게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저는 아시아 여성으로서 제가 직면한 문제에 솔루션을 찾아가는 사회혁신가입니다. 우리 모두 그런거죠.”
- 그럼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 인터뷰는 한국을 넘어, 사회를 함께 고민하는 아시아의 사회혁신가들과 함께 읽게 될텐데요. 아시아의 구성원이라는 정체성이 사회혁신가인 대표님께 주는 관점, 영감이 있으신가요?
어째뜬 아시아라는 정체성은 서양이라는 세계에 비추어 여전히 마이너 축에 속한다고 생각해요. 한국에서 이주여성 분들이 적절하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하지만 또 우리나라 사람도 다른 사회에 가면 같은 일을 겪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사실 이주여성의 문제를 해결하는 한국인이 아니라, 아시아 여성으로서 제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거지요. 제가 가진 조건들이 물론 절대적으로 좋기 때문에 이야기하기가 조심스럽지만, 저는 제가 운이 좋아서 다행히 그나마 한국에서 태어나서 이렇게 사는거라는걸 너무 실감하고 있어요. 그렇기에 아시아 여성으로서의 당사자성이라는 부분이 있죠. 일과 삶의 질이라는.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서 여성들이 먹고 사는 경제적 문제, 자립, 자존감 이런 것들을 해결하는 데에 어떤 나라냐가 중요하지는 않죠. 모두에게 당면한 문제니까요. 더 크게 보면 전 지구적인 문제구요. 할 일이 많습니다. (웃음)
[오요리는 현재도 요식업을 기반으로 직업훈련 뿐만 아니라 창업 인큐베이팅 등, 사람에게 투자하는 일에 집중한다. 사진출처 : 위커넥트 오요리 채용공고]
<사진제공> (주)오요리아시아
<관련 사이트> (주)오요리아시아 홈페이지
글쓴이 : 정소민. 공공문화기획자. 시민 개개인이 추구하고 만들어가는 공공성을 믿습니다. 개인 프로젝트형 시민참여활동에 관한 연구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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