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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소셜임팩트 트립 #일본편8] 고양이를 행복하게, 사회를 행복하게 : 네코 리퍼블릭
IRO2021.12.30 11:39
최근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이전에는 강아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선호되던 고양이가 이제는 대표적인 반려동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길고양이 학대나 반려묘 유기 등 무책임과 미성숙에 비롯된 새로운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옆나라 일본은 어떨까. 일찍부터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인식해온 일본도 여전히 길고양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나 유기묘 문제가 존재한다. 연간 약 2만 7천 마리의 고양이가 행정에 의해 포획되어 안락사당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애완동물 숍에서 이익을 목적으로 강아지와 고양이를 번식시키고 있는데 말이다. 또한 최근에는 안락사를 없애자는 분위기이기는 하나, 지차제의 정책방향이나 담당자의 열의에 달려있어 지역별 격차가 심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주식회사 <*네코 리퍼블릭(ネコリパブリック)>은 **2022년 2월 22일까지 고양이 안락사 제로를 목표로, 길고양이 및 유기묘를 보호하는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여타 동물보호&애호 단체와 달리 비즈니스로서 자립하는 것을 목표로 새로운 스타일의 ‘자주형 보호 고양이 카페’를 2014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다.
<네코 리퍼블릭>의 카와세 아사카(河瀬 麻花)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네코 리퍼블릭 제공]
*‘네코’는 일본어로 고양이라는 뜻
**2월 22일은 고양이의 날. 고양이 울음소리 ‘니야니야’가 숫자 2의 일본어 발음 ‘니’를 연상시킨다고 함
사람에게도, 고양이에게도 좋은 사업
카와세 대표는 어릴 때부터 고양이를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유기묘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집으로 데려와 키우거나 위탁가정을 찾아주곤 했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함께 살아온 고양이가 약 20마리 정도.
고양이를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면서도 좀처럼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워하던 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다. 당시 카와세 대표는 베이글 판매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재난지에 남겨진 동물을 구조하는 단체를 돕기 위해 베이글 세트를 판매했고, 예상보다 많은 기부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카와세 대표는 고향인 기후시(岐阜市)에서 고양이 보호 활동을 하는 단체를 찾아 자원봉사를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또 다른 과제를 발견한다.
“아무래도 성묘가 입양이 잘 안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고양이 카페 같은 곳이 있어서 고양이들이 보호받고 성묘와 만나는 기회를 늘린다면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죠.”
고양이를 보호하면서 새 가족을 찾아주고, 고양이와 멋진 시간을 즐기면서 고양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장소로서 카페를 고안한 것이다. 그렇게 하여 2014년 2월 2일, <네코 리퍼블릭>의 첫 카페가 기후시에 오픈했다.
[카와세 아사카 대표. 네코 리퍼블릭 제공]
처음 카페에서 시작한 <네코 리퍼블릭>의 사업은 이제 다양한 영역에 걸쳐있다. 카페나 음식점은 물론, 어패럴, 굿즈, 출판, 펫시터 등등. 그야말로 고양이와 관련된 모든 것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에는 <네코 리퍼블릭> 독자 사업도 있는가 하면 타 기업과의 연계하는 사업도 있다.
“고양이와 관련된 일을 하다 보면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반드시 관계를 맺게 되잖아요. 생명을 구하는 가치 있는 경제활동이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도전할 수 있는 것을 하나씩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어요. 혼자서 가능한 것은 스스로 하고, 한계가 있는 것은 함께 하는 거죠.”
[네코 리퍼블릭의 활동 범위. 네코 리퍼블릭의 허락을 받아 필자가 번역]
길고양이를 돌보는 두 가지 방법
<네코 리퍼블릭>의 활동은 길고양이나 유기묘와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그 흐름은 크게 TNR과 TNTA로 함축된다.
먼저, TNR은 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를 시킨 다음 원래 살던 곳에 풀어주는 것을 말한다. 정기적으로 먹이를 주는 등 마을 안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계속 보살핀다. 이는 고양이뿐만 아니라 마을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고양이가 쓰레기를 뒤져서 마을이 더러워진다든지, 배변 냄새가 난다든지, 시끄럽다는 의견이 많다. 중성화 수술을 하면 발정기가 없어 특유의 소리를 내지 않게 되고, 자원봉사자들이 먹이를 주고 배변을 치우기 때문에 쓰레기를 뒤지거나 냄새가 나는 일도 자연스레 줄어든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좋아하는 사람도, 고양이도, 사이좋게 살 수 있는 사회로 이어지는 것이다.
[TNR의 흐름. 네코 리퍼블릭의 허락을 받아 필자가 번역]
반면, 중성화 수술을 했지만 장애 등 건강상 문제가 있거나 수술을 할 수 없는 새끼 고양이 같은 경우는 보호를 하면서 입양가정을 찾기도 하는데, 이것이 TNTA이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약 800마리의 고양이가 새 가족을 찾았다.
[TNTA의 흐름. 네코 리퍼블릭의 허락을 받아 필자가 번역]
입양을 희망하는 사람은 <네코 리퍼블릭>이 운영하는 고양이 카페나 보호시설, 이벤트 등에서 입양하고 싶은 고양이를 정할 수 있다. 이 때, 외형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 가족 구성, 다른 애완동물의 존재 등을 바탕으로 상담을 거쳐 적절한 고양이를 소개받는다. 일반적인 펫샵과 달리 새끼 고양이보다 성묘를 우선 분양하는 것도 <네코 리퍼블릭>만의 특징이다. 철저한 심사와 2주 간의 트라이얼 기간을 거쳐 최종 통과하면, 기본 물품과 1개월 분의 고양이 보험 가입 등 일정 조건을 갖춰 고양이를 데려올 수 있다.
고령자와 1인 가구도 ‘묘생 상부상조 제도(猫生たすけあい制度)’에 가입하는 것을 조건으로 고양이를 맞이할 수 있다. ‘묘생 상부상조 제도’란 매월 일정 금액을 내면, 주인에게 만일의 일이 있을 경우 고양이를 <네코 리퍼블릭>에서 맡아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는 제도이다. 사랑하는 고양이가 마지막까지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꽤 초창기부터 고안되었다.
소셜 비즈니스로서 고양이 보호 활동
<네코 리퍼블릭>은 처음부터 동물보호단체가 아니라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서 자리매김 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되었다.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자주형 보호 고양이 카페가 있다. 일본 전국에 7점포를 운영하고 있고, 약 120마리 고양이가 살고 있다. 일반 고양이 카페와 달리 구조된 길고양이나 유기묘가 보살핌을 받으며, 사람과 친숙해지고,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거점이다.
[자주형 보호 고양이 카페. 네코 리퍼블릭 제공]
외부인에게 공개하지 않은 보호시설 외에 이러한 카페는 일반인들도 이용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오사카에 있는 카페는 ‘고양이 여관’도 겸하고 있어, 고양이와 함께 잠드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숙박객은 고양이 화장실 청소나 고양이의 양치질 등 실제 고양이를 돌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고양이 여관. 네코 리퍼블릭 제공]
그 밖에도 <네코 리퍼블릭>은 식당, 브랜드숍 등도 운영하고 있다. 타기업과 연계하여 펫시터나 고양이 보험 안내, 부동산 중개 등의 사업도 한다. 이러한 사업을 통해 올리는 수익으로 <네코 리퍼블릭>은 다양한 고양이 보호 활동을 전개한다. 수익모델과 사회적 미션의 톱니바퀴가 잘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 번 구한 고양이는 계속 보호하지 않으면 안 되고, 보호하려면 의료비 등이 들어요. 보호 활동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수익이 필요한데, 수익을 기부에만 의존하면 불안정해요. 마찬가지로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 자원봉사에만 의존하면 언젠가 무너질 위험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속가능하면서도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소셜 비즈니스로 방향을 잡은 거죠.”
[네코 리퍼블릭에서 운영하는 식당과 브랜드숍. 네코 리퍼블릭 제공]
덧붙여, 사람들은 맛있는 밥을 먹고 귀여운 것을 사는 것만으로 고양이 보호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즉, 여건상 고양이를 입양할 수 없거나 정기적인 기부가 어려운 사람도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네코 리퍼블릭>의 사업과 고양이 보호 활동에 공헌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고양이의 힘을 빌려 사회문제를 해결
<네코 리퍼블릭>은 최근 히다시(飛騨市)와도 손을 잡았다. 고양이 문제는 비단 고양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카와세 대표의 생각이다. 고양이 문제의 원인을 찾아 따라가다 보면 결국엔 고령화, 고립, 빈곤 등의 사람과 관련된 사회문제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문제도 다루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고, 고양이 힘을 빌려 사회문제를 해결한다는 컨셉으로 시작한 사업이 ‘SAVE THE CAT HIDA’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히다시가 고향세로 지원하는 ‘히다시 고향납세 활용 소셜 비즈니스 지원사업’의 일부이다. 그간 <네코 리퍼블릭>은 여러 기업과 협력사업을 해왔지만, 행정의 정보력과 예산, 그리고 민간의 신속하고 유연한 대응, 각각의 장점을 융합할 필요를 느꼈다고.
프로젝트는 고양이 실태조사, 고령자 케어, 빈집 활용, 굿즈 제작, 거리활성화 등 다양한 사업이 향후 5년에 걸쳐 추진된다.
.[ SAVE THE CAT HIDA 프로젝트. 네코 리퍼블릭 제공]
[SAVE THE CAT HIDA 프로젝트 개괄. 네코 리퍼블릭의 허락을 받아 필자가 번역]
특히, 네코뮤니티(Necomunity : 네코 + 커뮤니티)는 고령자로하여금 보호 고양이를 키우게 하는 아이디어이다. 고양이를 돌보는 것만으로도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고, 기타 치료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네코 리퍼블릭> 직원이 고양이 상태 체크를 위해 방문하면서, 장보기나 각종 서류 처리를 대신하는 등 고령자를 동시에 케어한다. 고령자와 직원 사이에 ‘고양이’라고 하는 공통의 주제가 있어 활발한 커뮤니케이션과 신뢰 구축이 가능하고, 지역 고령자의 고립을 예방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양이와 함께하는 고령자 케어. 네코 리퍼블릭 제공]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는 일본 최초의 고양이 학교 설립이다. 고양이 보호 활동에 필요한 전문 지식뿐만 아니라, 기업가로부터 경영 지식과 노하우를 배워 사회문제 해결에 뛰어들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이 같은 활동이 쌓이고 쌓여 히다시 뿐만 아니라 일본 전국의 고양이를 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앞으로도 히다시 프로젝트와 같은 시도를 전국에 확산시키고 싶어요. 행정과 협력 관계를 쌓아가다 보면 정말로 안락사 제로를 달성할 날이 온다고 생각해요.”
고양이도 사람도 행복한 나라
<네코 리퍼블릭> 홈페이지를 열면, 가장 먼저 귀여운 고양이가 눈길을 사로잡고, 스크롤를 내리다보면 40여개나 되는 메뉴가 눈에 들어온다. 앞서 말한 카페를 비롯한 독자 사업과 다양한 연계 사업이 안내되어 있다. 이는 또한 <네코 리퍼블릭>의 고민과 도전이 쌓인 결과일 것이다.
정보와 자원을 갖고 있지만 경직된 행정과, 반면 유연하고 자주적이나 불안정한 커뮤니티, 안정되고 창의적이나 사회적 가치를 곧잘 잊곤 하는 민간 기업, 사회적 미션을 갖고 있으나 지속가능한 운영 측면에서 과제를 안고 있는 수 많은 단체들. 그 사이에서 사회적기업으로서 <네코 리퍼블릭>은 그 각각의 장단점을 보완하고 이어주는 다리의 역할도 하고 있다.
“이 세상의 모든 고양이에게 안심하고 잠들 수 있는 곳과 배부른 행복을 주고 싶어요.”
한 마리의 길고양이는, 그 고양이가 거니는 거리와 그 거리에 사는 사람과도 이어진다. <네코 리퍼블릭>이 만든 나라에서 고양이는 보호받고 사랑받는 존재인 동시에 사람을 돕고 사회를 이롭게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네코 리퍼블릭>이 꿈꾸는 고양이가 행복한 나라는, 분명 사람도 행복한 나라일 것이다.
[네코 리퍼블릭 제공]
관련 사이트
- 네코 리퍼블릭 홈페이지 www.neco-republic.jp
글쓴이 : 박소담. 2014년부터 5년 간 서울의 중간지원조직에서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을 지원하는 일을 했다. 현재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발행 : 이로 (대표 : 우에마에 마유코)
사진 및 자료 제공(写真・資料提供)ㅣ네코 리퍼블릭 (ネコリパブリック)
후원 : 서울특별시 청년청 ‘2021년 청년프로젝트’
아시아 소셜임팩트 트립 #일본편
이 시리즈에서는 아시아 각 도시의 사회혁신사례, 혁신가들의 활동과 그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여전히 해외여행이나 해외연수를 가기가 어려운 지금, "어떤 사회문제가 있고 어떤 활동이 있을까?", "와, 만나보고 싶어! 더 알고 싶어!" 등, 소소한 ‘앎의 계기’와 ‘연결과 교류’의 계기를 만들어가는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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