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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소셜임팩트 트립 #일본편9] 일하는 방법의 선택지를 늘린다 : 복합형 쉐어 살롱 Qnoir

IRO2022.01.12 11:55

인터넷의 발달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로, 일에 있어 장소가 차지하는 중요성이나 제약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러면서 1인 기업이나 프리랜서,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공유 오피스도 부쩍 늘었다. 공간을 소유가 아닌 공유함으로서 비용을 절약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자극과 영감을 받을 수 있다. 입지 좋은 곳에 자리한 사무실과 다양한 크기의 회의실, 카페처럼 꾸며진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들이 공유 오피스의 이미지이지 않을까.

 

*디지털 노마드 : 첨단기술(digital)과 유목민(nomad)의 합성어로, 첨단 디지털 장비를 구비하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을 가리킴.

 

반면 생산작업에 사람의 노동이 많이 필요한 일, 일명 노동집약형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어떨까. 그중에서도 미용사, 네일리스트 같은 직종은 손님과 대면할 공간과 시설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들을 위한 공유 공간이라는 개념은 다소 낯설다.

 

일본에서는 최근 1-2년 사이, 도쿄 오모테산도나 긴자를 중심으로 살롱을 공유하는. 이른바 ‘쉐어 살롱’이나 ‘렌탈 살롱’이 늘어나는 추이다. 그중에서도 2019년 문을 연 <Qnoir(크노아)>는 미용사, 네일리스트, 피부관리사, 요가 강사, 카운슬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직 프리랜서가 모이는 ‘복합형’ 쉐어 살롱이다.

 

일본 최초의 복합형 쉐어 살롱 <Qnoir>는 어떻게 탄생했고 운영되고 있는지 츠노다 치카(角田 千佳)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일본 최초 복합형 쉐어 살롱 Qnoir. Qnoir 제공]

 

일하는 방법의 선택지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에는 약 75만 명의 휴면 미용사(퇴사한 미용사 및 유효 면허를 갖고 있는 미용사)가 있다. 노동집약적 특성과 긴 노동시간으로 인해 퇴사율이 높다. 많은 미용사들이 개인 헤어샵을 갖길 희망하지만 비용 문제로 실제로 창업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고, 개업 후에도 홍보 등 운영비용이 높아 3년 이내 폐업률이 높은 편이다. 개업 외에도 기존 미용실 일부를 빌려서 일하는 관행도 있는데, 오너와의 협상이나 고객 확보 등에 어려움이 있다.

 

<Qnoir>의 츠노다 대표는 본래 2013년부터 스킬 공유 앱 <ANYTIMES>를 운영하고 있었다. 일상생활 속에서 소소한 일거리를 의뢰하고 싶은 사람과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을 연결해주는 컨셉이다. 하지만 운영하다 보니, 매칭은 온라인 상에서 하더라도 미용 등의 서비스를 실제로 나누기 위해서는 공간을 빌려야 하거나, 모르는 사람과 만난다는 부담감이 진입장벽을 높이는 등의 과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스킬 공유라는 서비스에 공간을 더하면, 더욱 안심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 <Qnoir>의 시작이었다.

언뜻 <ANYTIMES>와 <Qnoir>는 전혀 다른 사업처럼 보이지만 ‘일하는 방법’의 선택지를 늘린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한다.

 

“그전까지는 저도 평범한 직장인이었는데, 학생 때와는 다르게 다들 일에 대해 부정적으로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괴롭게 일하고 있었어요. 그렇다고 선택지가 아주 없는 것이 아닌데, 자신들이 만든 고정관념이나 사회 틀에 갇혀 이직이나 독립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죠. 그래서 일하는 방법을 바꿀 수 없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창업을 결심했어요.”

[사진2] 츠노다 치카 대표. Qnoir 제공

 

자신의 페이스로 일할 수 있도록

 

<Qnoir>는 미용사를 비롯한 전문직 프리랜서를 위한 공유 공간 및 시설을 제공한다. 미용실, 네일샵, 침대 공간, 전면거울 스튜디오, 라운지 등 다양한 형태의 공간을 갖추고 있어 대략 10개 직종의 프로가 활용할 수 있다.

[Qnoir는 다양한 형태의 공간을 제공한다. Qnoir 제공]

 

기본적인 음료나 타올은 물론, 홍보나 예약 관리, 결제 전 과정에 걸쳐 <Qnoir>가 지원한다. 프로들은 자신의 일에만 집중하면 된다. 향후에는 일하는 동안 아이를 맡아주는 돌봄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고객들 역시 앱을 통해 간편하게 예약할 수 있다.

[Qnoir의 고객들은 전용 앱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간편하게 예약할 수 있다. Qnoir 제공]

 

<Qnoir>에서 일하는 프로는 면접과 기술심사를 통해 선발되며, 심사를 통과하면 고정 회비와 시간당 이용료를 내고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개업자금이나 고정 비용을 아낄 수 있어 간편하게 독립하거나 부업을 시작할 수 있다. 전용 스마트폰 어플에 일하고 싶은 날짜와 시간을 등록해 자신의 페이스로 일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현재 약 60명의 프로가 <Qnoir>에서 활동하고 있다.

 

“<Qnoir>에서만 일하는 분도 계시고 부업을 하시는 분, 육아와 병행하면서 비는 시간에 이용하는 분, 타지역에 근무하면서 도쿄에 올 때만 사용하는 분도 계세요. 그야말로 새로운 시대의 일하는 방법이 반영되었다고 생각해요.”

 

<Qnoir의 특징>

- Multi Complex : 헤어, 네일, 속눈썹 연장, 에스테틱, 피트니스, 발레, 영어 회화 등 다양한 서비스 제공

- Sharing : 살롱과 부대설비를 공유하고 필요한 때에 이용 가능

- Marketing : 집객을 위한 광고 출고 등 마케팅을 Qnoir가 대행

- Free Price : 서비스 메뉴와 가격 설정도 프로 스스로 자유롭게 결정

- Anytime : 24시간 365일 언제든지 이용 가능

- Smart : 전용 앱 Qnoir에 의해 예약 관리·결제까지 스마트폰으로 완결

- Community : 업종을 넘어 프로가 모여 공존하는 커뮤니티 구축

- Support : 상담, 멘토링, 세미나까지 광범위하게 지원

- Pay : 매출 금액에 따른 로열티로 인해 부담없이 사용

 

다양함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관계

 

<Qnoir>가 지향하는 것은 공간과 더불어 ‘스킬’ 그리고 ‘고객’을 쉐어하는 새로운 형태의 공유경제이다. 복합형의 장점을 살려 프로들이 교류하면서 노하우를 공유하고 고객을 서로 소개함으로서, 광고비를 아끼고 <Qnoir> 커뮤니티 전체가 함께 발전하는 구조를 꿈꾼다. 실제로 고객을 소개하면 포인트를 받는 등의 장치도 있다.

 

“아직은 프로분들이 독립에 대한 의지가 더 강하긴 한데, 조금씩 조금씩 친분을 쌓아가고 있는 단계인 것 같아요. 자신의 개성을 지키면서도 느슨하게 이어질 수 있는 관계가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 Qnoir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분야의 프로들. Qnoir 제공]

 

<Qnoir>의 'noir'는 프랑스어로 '먹색'이라는 의미로, 'Q'는 'Quality'를 나타낸다. 여러 가지 색이 섞이면 검은색에 가까운 색이 되는 것처럼, 다양한 개성이 섞여 높은 퀄리티를 제공하는 장소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담았다. 또한 <Qnoir> 자체가 *쿠로고(黒子)의 역할을 하겠다는 다짐도 있다.

 

*가부키 등에서 검은 옷을 입고 배우 뒤에서 연기를 돕는 사람을 가리킴.

 

일하는 방법이 다채로워지고 있다. 유튜버, 프리랜서 등 예전 같았으면 생각지도 못한 직업이 생겨나는가 하면, 본업 외에도 부업이나 소일거리를 하며 여가시간을 보내거나, 소소하게 시작한 취미생활이 업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별다른 공간이나 설비 없이 핸드폰 하나로도 언제든 시작할 수 있고, 만든 창작물을 공유해 돈을 벌 수도 있다. 이 또한 오늘날 말하는 ‘일’이다. 9시부터 6시까지 한 사무실에 있어야 했던 ‘일’ 개념은 좀 더 유연하게 자유롭게 바뀐듯하다.

 

공간의 의미 역시, 츠노다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소유에서 공유, 활용하는 시대로 가고 있다. 특히, 코로나를 겪으며 소유에 동반되는 리스크를 체감하게 되면서 공유공간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커졌다.

 

종래의 ‘일’ 가졌던 시간, 공간, 형태와 같은 틀을 조금만 벗어나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러한 선택지를 늘리기 위해, 온오프라인에서 새로운 관계를 디자인하고 있는 <ANYTIMES>와 <Qnoir>는 이 시대의 또 다른 프로가 아닐까.

[전문직 프리랜서에서도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Qnoir 제공]


관련 사이트

 

글쓴이 : 박소담. 2014년부터 5년 간 서울의 중간지원조직에서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을 지원하는 일을 했다. 현재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발행 : 이로 (대표 : 우에마에 마유코) 

 

사진 및 자료 제공(写真・資料提供)ㅣQnoir 

후원 : 서울특별시 청년청 ‘2021년 청년프로젝트’

 

 

아시아 소셜임팩트 트립 #일본편 

이 시리즈에서는 아시아 각 도시의 사회혁신사례, 혁신가들의 활동과 그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여전히 해외여행이나 해외연수를 가기가 어려운 지금,  "어떤 사회문제가 있고 어떤 활동이 있을까?", "와, 만나보고 싶어! 더 알고 싶어!" 등, 소소한 ‘앎의 계기’와 ‘연결과 교류’의 계기를 만들어가는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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