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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소셜임팩트 트립 #일본편10] 공생 사회를 쓰고, 찍고, 나눕니다 : 비영리 웹 매거진 Greenz

IRO2022.02.09 10:04

일본에는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비영리 웹 매거진이 있다. 기업이나 지자체도 사회공헌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익히 그 이름을 알고 있다. 그래서 여기에 소개되는 것 자체가 자랑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명함이 되기도 한다.

 

바로, NPO 법인 Greenz(이하 그린즈)가 운영하는 웹 매거진 ‘greenz.jp(이하 그린즈로 조직명과 동일하게 표기)’. 2006년에 창간해 올해로 15주년을 맞이했다. 일본 전국, 세계 각지의 ‘공생’ 사례를 취재해 무료로 기사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까지 약 7천 개의 기사와 사례가 <그린즈>를 통해 소개되었다. 콘텐츠에서 시작해 교육 프로그램, 일자리 소개, 사회혁신 프로젝트까지, 그 넓이와 깊이를 더해가는 <그린즈>의 지난 15년 여정을 스즈키 코타(鈴木 康太) 부편집장을 통해 들어보았다.

[ 웹 매거진 그린즈. 그린즈 제공]

 

<그린즈>의 역사는 현재 공동대표인 스즈키 나오(鈴木 菜央)가 2006년에 창간하면서 시작된다. 2006년은 지구온난화나 기후위기 같은 말이 처음으로 매스미디어에 등장한 때였다.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이라는 책과 다큐멘터리 영화가 나온 것도 그 때이다. 당시 ‘소토코토’라는, 지속가능성 및 에코를 컨셉으로 하는 잡지의 편집부에서 일하던 스즈키 나오 대표는 선진적인 사례를 널리 전하기 위해서는 웹 매거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웹사이트를 오픈한다.

 

당시는 웹 매거진이라는 개념 자체도 흔치 않았다. 당연히 웹 매거진으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었다. 초기에는 이렇다 할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다른 편집 프로덕션 일을 통해 번 돈으로 직원을 고용하고 사이트를 유지해야 했다. 그렇게 5-6년 가까이를 유지하면서 점차 사이트의 지명도가 올라가고 기업/지자체와 협력사업을 하면서 사업이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초창기 그린즈 웹페이지. 그린즈 제공]

 

<그린즈> 창간 이래 지금까지 발신한 기사는 약 7천 건, 월평균 독자는 25-30만 명에 이른다. 다루는 테마 역시 마을만들기, 사회적기업, 어린이, 먹거리, 에너지, 로컬리제이션, 심플 라이프, 마이너리티 등 실로 다양하다. 처음엔 에코, 지속가능성이 주요 키워드였지만, 점차 커뮤니티나 사람들 간의 관계 등 일명 ‘사회 디자인’ 전반으로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

 

전 세계 라이터가 함께 만드는 매거진

 

15년의 기간 동안 여러 웹 매거진이 등장하는 가운데, <그린즈>는 읽는 사람 한명 한명의 삶의 방식을 바꿀만한 기사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린즈>의 기사는 글쓴이의 관심사나 개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도 정성이 느껴진다. 이런 양질의 콘텐츠는 라이터와의 관계성에서 만들어진다고. <그린즈>에는 현재 전 세계에서 60여명의 라이터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 라이터의 착상을 글이라는 형태로 구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에디터나 편집 데스크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떠오른 아이디어를 모두 함께 키워나가자는 분위기이다. 연간 생산되는 200개 기사 중, 기획/의뢰 기사를 제외하고 60개 정도는 라이터 자신이 쓰고 싶은 것을 직접 기획한다. 글쓰기 교실이나 인턴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이들의 시각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신진 라이터를 키우는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그린즈 편집부의 회의 모습. 그린즈 제공]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그린즈>의 기사는 사이트에 들어가면 누구든 읽을 수 있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활동하는 사람, 조직, 커뮤니티 등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무료로 기사를 공개하고 있다. 또한 홈페이지에는 그 흔한 광고 배너 하나 없다. 클라이언트로부터 의뢰받아 작성하는 기사는 있을지 몰라도 배너는 지양한다.

 

“광고 배너로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기사 조회수가 중요해요. 그렇게 되면 ‘어떻게 히트 기사를 만들까’에만 골몰하게 되겠죠. 결국 조회수나 방문자수와 같은 실적에 신경 쓰다 보면, 좋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본래 취지를 잊기 쉽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린즈>를 지탱하는 것은 <그린즈>를 응원하는 구독자들의 기부, 그리고 교육 프로그램 및 기업/지자체와의 협력 프로젝트이다.

 

생각을 실천으로, 그린즈 학교

 

그린즈는 웹 매거진을 중심으로 한 미디어 사업이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굉장히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린즈 학교’는 대표적인 사업이다.

 

2010년, 배움과 실천의 장소로서 시작한 ‘그린 스쿨 도쿄’가 그 전신이다. 특히 동일본 대지진 이후,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를 생각이나 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면서 <그린즈>의 주요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그린즈 학교’는 강의/체험/기획 등의 클래스를 통해 소셜 디자인이나 지속가능성을 배우고 구상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커뮤니티 오거나이징, 창조적인 글쓰기, 비폭력 커뮤니케이션, 게스트 하우스 프로듀스, 지역 통화, 퍼실리테이션 등 다른 곳에서는 쉬이 찾아볼 수 없는 유니크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현재까지 약 2만 3천여명이 ‘그린즈 학교’를 거쳐갔다.

[그린즈 학교의 클래스 모습. 그린즈 제공]

 

작년 1월부터는 코로나를 계기로 모든 클래스가 온라인으로 전환되었다. 같은 해 10월부터는 연중 구독형 학습 커뮤니티 사업인 ‘지속가능성 컬리지’, ‘공생 디자인 컬리지’ 등을 시작했다. 온라인이 가지는 한계도 있지만, 긍정적인 것은 지금까지는 전혀 접점이 없었던 해외 거주자와의 만남의 기회가 늘었다는 것이다. 물론, 수강생들의 반응을 파악하기 어렵다든지, 실제 참여 없이 동영상 강의만 보고 끝난다든지 과제도 많아, 코로나가 장기화 될수록 새로운 모델에 대만 고민이 깊어지는 것도 현실이다.

 

그린즈 잡, 인생의 전환을 돕습니다

 

코로나 속에서도 <그린즈>의 도전은 계속된다. 올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그린즈 잡’은 기사나 이벤트를 통해 전국의 일을 소개하면서 조직/지역과 개인의 좋은 만남을 만드는 프로젝트이다. 원래 시작 계기는 <그린즈>에서 작업한 기사를 구인 홍보에 활용하고 싶다는 기업/단체들의 요청이었다. 개중에는 새로운 멤버를 그린즈 독자들 중에서 모집하고 싶다는 목소리로 있었다. 독자들 역시 사회과제 해결에 동참하거나 지역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이 이 양쪽을 연결하는 사업으로서 ‘그린즈 잡’을 시작했다.

 

여타 구인구직 사이트와 비교해 ‘그린즈 잡’의 차별점은 ‘일’보다는 ‘사람’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다른 회사로 이직하거나, 타지역으로 이사하면서 그 사람에게 일어나는 삶의 변화를 함께 보여줄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사회문제 해결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이 없으면 조직도 사업도 잘 굴러가지 않잖아요. 자신에게 어울리는 일을 만나는 것은 조직이나 지역에 있어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지역부흥협력대로부터 의뢰가 많다. 어떻게 멤버를 모집하면 좋을지, 무엇을 어필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인터뷰 기사를 통해 고유의 매력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일의 내용뿐만 아니라 조직/지역의 비전과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보람과 어려움을 생생하게 담기 위해 노력한다. 때로는 기사만으로는 전해지지 않는 조직 분위기나 사람의 매력을 전하기 위해 토크 이벤트나 설명회도 개최하고 있다.

[전국 각지의 구인 기사. 그린즈 제공]

[토크 이벤트 및 설명회도 개최한다. 그린즈 제공]

 

*지역부흥협력대 (地域町おこし協力隊): 도시에 사는 20-40대 젊은이들의 지방 이주 및 정착을 지원해 지역 활성화는 꾀하는 제도로, 2009년부터 일본 정부가 추진해오고 있다.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사회혁신

 

기업이나 지자체와 연계한 사회혁신 사업도 빼놓을 수 없는 활동 중 하나다. 수익의 약 70%를 이러한 협력사업을 통해 얻고 있다.

 

가령, 대표적인 기업으로 오사카 가스가 있다. 일찍부터 사회공헌에 관심이 많았던 오사카 가스는 이제 <그린즈>의 10년지기 파트너이다. 기업은 매년 오사카나 관동지방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회혁신 활동을 취재해서 알리고 표창한다. <그린즈>는 기사를 작성하고 이벤트를 함께 기획하고 개최하는 역할이다.

 

“라이터와 사진작가의 인건비를 모두 오사카 가스가 지원하지만 기사에는 회사 이름 한 번 등장하지 않아요.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것이 오사카 가스만의 사회공헌 방식인 거죠.”

 

이 밖에도 산림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사화하는 타케나카 공무점의 ‘키노마치(나무 마을) 프로젝트’, 마을의 소소한 비즈니스나 자원을 알리고 가시화하는 치바현 이스미시의 ‘로컬 기업 프로젝트’ 등이 있다.

 

수익도 물론이지만, 해당 기업이나 지역이 가진 특징과 <그린즈>의 강점이 잘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언뜻 관련 없어 보이는 사업 하나 하나가 결국은 그린즈가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사회의 철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린즈의 회의 모습. 그린즈 제공]

나와 우리의 지속가능성

 

앞서 소개한 다양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지속가능한 경영면에서는 여전히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작년과 올해의 경우. 코로나로 기존 사업이 축소나 연기, 취소되면서 그 타격이 만만치 않았다. 다만, 이전과 다른 점은, 7-8년 전에는 <그린즈> 활동과 전혀 관계없는 일을 하면서 적자를 메워야 했다면, 지금은 <그린즈> 사업으로 어느 정도 경영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그린즈>도 성장했다는 평가다.

 

한편, 15년이라는 길다면 긴 기간, <그린즈>라는 조직이 ‘지속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스즈키 부편집장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넓은 해석이라고 지적한다.

 

“지속가능성이라고 하면 보통 환경, 자연, 사회과제 해결을 떠올려요. 그런데 사회과제 해결에는 열심인데 조직이나 가족은 소홀히 하는 사람도 있어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속한 조직과 사람들, 그리고 나의 에너지가 좋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번아웃 되면 안 되잖아요. 나와 조직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 장기적으로는 중요하게 작용한 것 같아요.”

[스즈키 코타 부편집장. 그린즈 제공]

서로 살림의 관계

 

<그린즈>의 홈페이지나 자료를 보면 많이 등장하는 말이 있다. 바로 ‘공생’. <그린즈>에게 공생은 모든 사람과 생물, 자원의 가능성이 활용되는 지속적인 관계를 뜻한다.

 

“공생이라는 말은 <그린즈>가 3년 전부터 사용한 말인데요, 그 전에는 ‘원하는 미래는 자신의 손으로 만들자’가 비전이었어요. 그런데 사람마다 생각하는 미래의 모습이 다르잖아요. 그래서 비슷한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끼리 모이면 사회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여기서 중요한 건 연결보다는 각자가 자신의 것을 갖고 모이는 거라고 생각해요.내 방 피아노, 과거의 일 경험, 특기… 단순한 흥미라도 상관없어요. 내가 갖고 있는 지식과 스킬, 자원을 어떻게 살려서 공헌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니까요.”

[그린즈는 공생의 관계를 강조한다. 그린즈 제공]

 

내가 안팎으로 갖고 있는 것을 온전히 살려서 무언가 보탬이 될 수 있다면. 너도 그럴 수 있다면.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살릴 수 있는 관계가 만들어진다면 어쩌면 거기서 비로소 지속가능성이 나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관계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라이터와 그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독자일 수도 있고, 한 조직과 한 사람의 만남일 수도 있고, 어떤 클래스에서 발견한 새로운 배움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그린즈>가 만들어온 공생의 연결끈은 훨씬 더 멀리 퍼져있을지도.

 


관련 사이트

  • 그린즈 홈페이지 :  greenz.jp
  • 그린즈 학교 : school.greenz.jp
  • 그린즈 잡 : job.greenz.jp
  •  

글쓴이 : 박소담. 2014년부터 5년 간 서울의 중간지원조직에서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을 지원하는 일을 했다. 현재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발행 : 이로 (대표 : 우에마에 마유코) 

 

사진 및 자료 제공(写真・資料提供)ㅣ그린즈(greenz.jp) 

후원 : 서울특별시 청년청 ‘2021년 청년프로젝트’

 

아시아 소셜임팩트 트립 #일본편 

이 시리즈에서는 아시아 각 도시의 사회혁신사례, 혁신가들의 활동과 그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여전히 해외여행이나 해외연수를 가기가 어려운 지금,  "어떤 사회문제가 있고 어떤 활동이 있을까?", "와, 만나보고 싶어! 더 알고 싶어!" 등, 소소한 ‘앎의 계기’와 ‘연결과 교류’의 계기를 만들어가는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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