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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시아 사회혁신가 인터뷰_#10] 안정적인 주거, '집'에서 시작되는 변화를 기대해요 -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

IRO2022.05.03 11:41

2021년 9월 베를린에서는 치솟는 임대료에 분노한 시민들이 부동산 회사의 주택을 몰수하는 국민투표에 59%의 찬성표를 던졌다. 높아져가는 주거비용과 부동산 자산으로 인한 빈부격차를 해결할 수 없는 문제처럼 바라보던 사회에서는 이 결과가 정말 놀랍기만 할 따름이다. ‘집’은 누군가의 재산일까? 재산이기 이전에 누군가의 삶터여야 할까? 이 질문에 답하고 해결책을 만들어가는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의 김혜민 이사장을 만나보았다.
 

- 안녕하세요! 김혜민 이사장(이하, 시도)님,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리며 인터뷰를 시작해볼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의 이사장 김혜민입니다. 닉네임인 시도라고 불리고 있어요.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은 ‘청년주거권’을 주요 가치로 주택을 공급하고, 운영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대도시의 청년들은 너무나도 높은 주거비, 삶터가 아니라 재산으로서의 부동산 개념을 중심으로 하는 부동산 정책 등 여러가지 열악한 주거환경에 처해 있는데요. 이런 청년 주거 문제의 솔루션을 직접 만든다는 목표를 가지고 만들어졌어요. 올해로 8년이 되었구요. 지금 저를 포함 총 6명의 구성원들과 함께 일하고 있고 500명의 조합원과 17개 주택(약 250세대)을 꾸리고 있습니다. 

(좌 : 김혜민 이사장님, 우 :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 로고  사진제공 :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주거권이라는 것은 헌법에 그리고 주택법에 시민의 권리로 명시되어있어요. 국민의 주거는 정부와 사회가 보장해야하는 부분이거든요.”

 

- 오, 문제제기에서 한발짝 나아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인이군요.  ‘청년주거권’이라는 말이 굉장히 당연하게 들리면서도 조금 낯선 단어의 조합이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조금 더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청년세대’의 현실이 있죠. 흔히 말하듯,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가졌는데도 원하는 일자리를 얻기 어렵고, 청년이 감당할 수 있는 주거비 정도로 구할 수 있는 주거환경은 너무나 열악하고. 연쇄적으로 이어져있는 문제가 청년이 사회에서, 혹은 삶에서 요구받는 ‘다음 스텝’으로 가는 길을 막고 있을때 이 문제를 개개인이 감당할 것이 아니라, 정부와 사회가 함께 대책을 마련해야한다는 측면에서 다양한 청년 정책이 만들어져왔는데요. 그 과정에서 청년 주거권 문제도 함께 대두되었습니다. 주거권이라는 것은 헌법에 그리고 주택법에 시민의 권리로 명시되어있어요. 국민의 주거는 정부와 사회가 보장해야하는 부분이거든요. 

 

민달팽이 유니온이 최초로 이 문제에 초점을 맞춘 단체에요, 그 연장선상에서 의제 활동을 해왔고 제도개선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구요, 하지만 ‘집’이라는 것을 사는 장소가 아니라 투자나 투기의 대상으로서만 바라보는 이 사회에서 ‘부동산’ 관련 제도가 개선되는 속도는 우리 삶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적정한 환경, 감당할 수 있는 임대료, 삶의 질을 함께 고민하는 것과 동시에 주거권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만들어서 실행하는 곳이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인거구요. 
 

- 그렇다면 민달팽이 유니온과 또 주택협동조합에서 어떤 가치기준을 가지고 청년 주거권을 추구하고 있나요?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해야하지만, 가장 이상적인 가치로 삼는 것은, 소득대비 주거비를 보장하는 거예요. 물론 저희도 현실 사회에서 운영을 하다보니 이게 현재로선 이상적이다라고 할만큼 현실에 적용하는게 쉽지 않다는 것을 매번 확인하고 있어요. 지금은 비합리적으로 높게 측정되어있는 시세에 대비하여 더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하고 있구요. 다만 저희 조합 사무국 구성원들이 모두 당사자인 청년세대이기 때문에, 데이터가 제시해주는 주거비용이 수용할만한지 대해서 토론을 많이 하며 운영해요. 
 

그리고 임차인은 ‘을’의 자리를 가지잖아요. 그래서 집에 문제가 있어서 수리를 한다던지, 뭔가를 요구해야할 때도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려워지고, 또 임대인이 문제를 해결해준다고 해도 그 해결과정에 대해 투명한 소통을 요구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런 부분에서도 주체적으로 요구하고 투명하게 소통하며 해결하는 건강한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도 저희가 만들어가는 중요한 가치 중 하나입니다. 
 

주거 안정에 대해서도 최대한 보장한다는 기준을 가지고 있어요. 예를 들어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에서 운영하고 있는 주택이 임대차 계약이 끝나게 될 경우에 주거하던 조합원은 본인의 사유가 아닌 다른 이유로 주거가 불안정해지잖아요. 그럴때 다른 지역의 달팽이 집에 우선적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한다던지, 혹은 계약 종료시점에 맞춰 다른 주택을 만든다던지 하는 방식으로 최대한 주거 안정을 함께 해결하려고 하는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은 최소한의 주거공간 제공이 아니라, 양질의 삶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한다. 사진제공: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 

 

우리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삶을 꾸리는 시민당사자로서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협동조합이예요.

 

- 말하자면…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이 … 집주인(?)님인건데, 이런 고민을 함께 해주는 집주인이라면 너무 좋을 것 같은데요? 엄청 많은 청년들이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집에 살고싶을 것 같아요. 제한은 없나요? 

 

집의 성격이나 형태에 따라 다르지만, 공공과 함께 운영하는 주택의 경우 소득기준이라던지 재산규모라던지 하는 것을 보고 제한을 두고 있어요. 물론 그 외에도 주거에 대한 자기 경험이나 앞으로의 생활에 대한 활동계획 같은 걸 여쭤보구요. 그 이유는 저희가 무조건 ‘싼 주택’을 공급하는 박리다매형 기업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삶을 꾸리는 시민당사자로서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협동조합이기 때문이에요. 입주하시는 분들도 이 가치에 공감하시고, 내가 사는 곳을 자치적으로 운영하는 활동을 함께 해주셔야 하거든요. 자치운영이 정말 중요한 부분이에요. 
 

- 분위기를 조금 바꿔볼게요. 시도님은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에 들어오시기 전부터 원래 청년이나 주거 관련 활동을 하셨었었나요? 

 

저는 대안학교를 다닌 영향으로 제가 살아가는 사회와 나 개인의 삶을 계속 연결해서 보는 훈련을 하면서 성장했던 것 같아요. 학교를 다니면서도 ‘이 사회가 좀 더 나아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라는 질문을 자주 했었어요. 전세계적인 신자유주의의 문제나, 그로 인해 발생하는 기후 위기 등과 관련해서 일을 하고 싶어했구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소셜섹터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또 개인적인 정체성은 지방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서의 인식이 강했어요. 모든게 서울로 집중된 나라에 살면서  이 사회의 불평등에 대해 예민하게 감각하며 자란거죠. 어디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정보나, 문화나, 많은 기회로부터 소외되는 것을 알고, 서울을 선망하며 사는 것도 어떤 것인지 알고 있는 사람이었죠.  제가 처음 일한 곳은 사회적기업 아름다운가게였고, 목포에서 일을 했거든요. 일을 하면서 만나는 청소년, 대학생, 청년들이 지역이라는 물리적 틀 안에 갇히지 않도록 새로운 세상을 어떻게 보여줄까 많이 고민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청년' 문제에 관한 일을 하는 것을 저의 일로 인식했던 것 같습니다.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은 협동조합의 정신에 성실함을 자랑한다. 운영주체, 입주조합원, 조합원 모두 평등하게 적극적으로 운영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한 지점이다.  사진제공: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 

 

“이거야 말로 우리의 일상에서 시작하는 사회의 변화라고 생각했어요.”

 

- 그럼 지역을 떠나 서울로 오시면서,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을 알게 되신거예요? 

 

일터랑 가깝고 저렴해서 입주한게 컸는데 입주하고 나니 취향과 가치관이 비슷하면서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친구들에게 좋은 영향을 받으면서 제 삶도 점점 나아지고, 사회적 안전망이 생기고 있다는 감각이 좋았어요. 이거야 말로 우리의 일상에서 시작하는 사회의 변화라고 생각했어요. 

 

- 그럼 달팽이 집에 입주하시고,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에서 일하신지도 꽤 시간이 흘렀는데요. 그 사이에 시도님은 여전히 청년정체성을 유지하며 일하고 계시나요? 청년이라는 정체성도 사람에 따라 시점에 따라 변화하는 것 같거든요. 

 

맞아요. 초기에 이 조합을 만들었던 조합원들이 당시에 20대였는데요. 이제 8년 지났으니까 많은 수가 30대가 되었을거잖아요. 저희 조합원들은 달팽이집에서 달팽이집으로 이동하는 비율이 꽤 높거든요. 조합원들이 나이를 먹어가며 쉐어형보다는 원룸형 주거환경을 선호하게 될 수도 있잖아요. 원하는 주거의 형태나 삶의 형태가 달라질 때가 오는거죠. 주거상향을 고민하기도 하구요.  
 

또 주택을 영구적으로 소유하지는 않더라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환경을 꿈꾸기도 하죠.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생각할 수도 있구요. 그런 관점에서 지금 공동체주택 TF라는 것이 조합 내에 만들어졌어요. 민달팽이 주택 협동조합과 조합원 모임이 함께 자산을 모아서 오래 살 수 있는 주택 모델을 고민해보자는 모임이에요.  아직은 시작단계이구요. 하지만 어떻게 변화가 만들어질지는 모르는 일이니까요.
 

“주거가 안정된다는 것은 생활이 조금 흔들리더라도 삶이 안정될 수 있다는 것이고, 그래야 또 다른 문제들에도 관심을 기울일 수 있고요. ”


 

- 와, 시도해볼만한 논의라는 생각이 들어요. 역시 ‘주택’이라는 것을 자산이 아닌 삶의 장소로 바라보니 삶의 형태나 성격이 달라지는 것까지 주택, 주거의 영역에서 함께 고민해야하는 문제가 되네요.  

 

맞아요. 어디까지를 청년의 주거로 볼 것이냐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야하고요. 나오는 이야기를 다 하다보면 정체성의 혼란이 올 때도 있어요. (웃음)

 

- 주거라는 것은 정말 모든 걸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 되기도 하네요. 

 

그쵸. 주거가 안정되어야 그 다음을 생각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기도 하구요. 주거가 안정된다는 것은 생활이 조금 흔들리더라도 삶이 안정될 수 있다는 것이고, 그래야 또 다른 문제들에도 관심을 기울일 수 있고요. 그런데 주거 자체가 삶의 문제가 되면 지금 당장 눈 앞의 현실 너머를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질 않잖아요. 변화를 만드는 것들도 사실 이렇게 다음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에서 시작될테니까요. 그래서 주거는 권리인거구요. 
 

- 주거에 관한 이런 관점이 일반적인 사회가 어서 오면 좋겠네요.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이 가지고 있는 주거 분야와 연계하여 사회혁신의 영역에서 연대하거나 협엽하고 싶은 분야도 있나요? 

 

기후위기와 관련한 실험들을 시도하고 있어요. 달팽이집을 거점으로 해서 무인으로 운영되는 리필스테이션을 만든다던지, 혹은 구매력이 있는 입주자들이 있으니까 농촌의 소농 생산자와 연계해서 건강한 농산물을 최소한의 탄소발자국으로 구매할 수 있게 한다던지 하는 것들도 상상해보고 있어요. 개별적으로 택배발송을 하면 모두 탄소발자국이 생기니, 그걸 거점별로 최소화할 수도 있을 것이고. 기후위기라는 게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기 때문에, 미래에 지금 우리가 투자한다고 생각하고 시도하고 싶은 것들이 있어요. 

(2021년 달팽이집의 근린시설에서 운영되었던 리필스테이션&제로웨이스트 샵 틈새구역. 이 역시 조합원들이 함께 기획하고, 실행했다. 사진제공: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 

 

- 이제 마지막 질문이에요. 이 인터뷰는 아시아의 사회혁신가들과 함께 읽게 될텐데요. 시도님이 가지고 있는 아시아인으로서의 사회혁신 관점이나 생각을 나눠주시겠어요? 

 

최근에 세계 협동조합 대회에 좋은 기회로 참석하게 되었어요. 전 세션이 영어로 진행되는 모임이었고, 영어를 사용하지 못하면 동시통역사를 대동하라는 안내가 사전에 공유된 행사였어요. 저는 동료와 함께 가서 어려움이 없었는데, 뭔가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던 순간이었어요. 그곳은 협동조합의 가치와 이 세계가 마주한 현실을  변화시킬 대안적인 경제모델을 이야기하는 곳이지만 그곳 역시 유럽인 중심의 논의가 당연한거구나 싶더라구요. 

지역에 국한될 필요는 없지만 각자가 처한 현실에 따라 대안도 달라진다고 할 때, 우리의 지분에 대한 목소리를 스스로 만들어야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아시아 내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는게 유효한 움직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희는 대만에 있는 단체들과 종종 연대하여 행사나 세미나를 진행하는데 뭐랄까. 위계를 가지고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새로운 이야기를 함께 창조할 수 있는 동료로 관계맺고, 존재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거든요. 그렇게 서로를 발견하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우연히 깔맞춤하고 만난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 구성원들. 사진제공: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 


<사진제공>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관련 사이트>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글쓴이 : 정소민. 공공문화기획자. 시민 개개인이 추구하고 만들어가는 공공성을 믿습니다. 개인 프로젝트형 시민참여활동에 관한 연구를 했습니다.

 

발행 ㅣ이로 ( 대표 우에마에 마유코) 

후원 ㅣ서울특별시 청년청 ‘2021년 청년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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